Page 15 - 맑은샘 2025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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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유치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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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과 2025년의 사이, 현직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라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2
        부 유치부에도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다행히 교회의 시스템은 잘 작동되어 은혜가 풍성한 퇴장과 입장이었다. 지
        난 2년간 따뜻하고 겸손한 카리스마로 우리 교사들에게 감동을 주고 아이들의 사랑을 받으시던 문선오 전도사님은
        중등부로 옮기셨다. 늘 환한 미소로 부서를 섬기던 수진 선생님도 가정의 경사로 잠깐의 휴식을 갖게 되었다. 회자
        정리의 아쉬움은 새로운 만남으로 채워진다. 올해부터 김정환 전도사님께서 2부 유치부를 섬기게 되었다. 또, 학부
        모님으로 만나던 김비, 유지연 선생님이 오셔서 우리 부서의 막내 교사가 되었다.

         전도사님은 처음 오셨을 때 2부 유치부가 유기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어서 놀랐다고 칭찬해 주셨지만 우리는 전
        도사님과 새로 오신 선생님들을 보며 감탄했다. 어쩌면 저렇게 흡인력 있게 설교하시지? 아이들은 눈을 떼지 않고
        전도사님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다가 적절한 시점에 신체를 움직여 설교에 참여하며 더 능동적으로 예배를 드린다.
        첫 주부터 새 선생님들은 이미 유치부의 고인 물처럼 아이들을 잘 다독이며 재미있게 공과 공부를 가르치신다.

         1월 첫 주의 유치부는 늘 조금 적적하다. 다 키워 놓은 똑쟁이 7세 언니 오빠들은 유년부로 올라가 버리고 귀여
        움이 뚝뚝 흐르는 5세 동생들은 부모님과 아직 떨어질 용기가 없다.
         전 주와는 달리 휑한 유치부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부모님 없이 예배에 발을 내딛는 을지문덕 장군처럼 용감한(자
        기 자신은 모르는) 새 손님들의 조심스러운 발걸음은 교사들에게 긴장과 기쁨을 준다. 어떻게 저 하얀 도화지 같은
        마음에 예수님의 사랑을 그려 줄까? 유치부로 오는 용감한 발걸음들을 위해 우리는 의견을 모은다.
         “생일 잔치하는 주일에 생일 친구들을 예쁜 방석에 앉아 예배드리게 하면 어떨까요?”, 한 달에 한 번씩 신체 게
        임을 하면 어떨까요?”, “신발장을 옮겨 동선을 최적화하고 입구에 미끄럼틀과 놀이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요?”, “어
        린이들이 헌금 위원을 돌아가며 하면 어떨까요?”, “책상이 지저분한데 시트지를 붙이면 어떨까요?”, “마지막 주일
        에는 월례회 후 함께 식사하며 예배를 마무리하면 어떨까요?”

         이러한 변화들을 뒷받침하는 저변의 힘은 하나님 은혜 안에서 2부 유치부를 섬기는 교사들에게 있다. 유치부에
        발을 디디자마자 아이들을 맞고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분주한 서기 선생님들, 헌신이 습관이 되어 아이들과 놀아 주
        고 드럼을 치고 찬양하는 사랑스러운 고등부 보조 선생님들, 꼬마들의 매력에 풍덩 빠져서 찬양 팀으로 활약하는
        인기 짱 청년부 선생님들, 그리고 둥글둥글 무난무난하지만 다재다능한 엄마 선생님들, 각자 받은 하나님의 사랑을
        자기 색깔대로 나누며 2부 유치부의 예배는 교회의 시스템 안에서 평화롭게 드려지고 있다. 그런데 오늘 새벽, 핸
        드폰을 켜니 밤새 일어난 서울서부지법 난동 기사가 보인다. 허탈하다. 자기 소견에 옳은 이야기만 듣고 비슷한 생
        각을 하는 사람들만 만나면 이렇게 상식선과 멀어질 수 있다. 나도 못지않게 어리석은 인간이므로 이 아침 또 다짐
        했다. 나와 다른 의견도 존중하며 경청하자.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자. 모여서 의논하자. 말씀과 기도 안에서 하나
        님께 먼저 의뢰하자. 이렇게 말이다. “하나님! 오늘 생일 잔치 간식은 바나나로 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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