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맑은샘 2025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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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청년부
인도네시아 출장 견문록
정해원 성도
지난 2024년 한 해를 돌아보면 나에게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기억에 남았던 일은
4개월(2개월씩 2번) 동안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에서 있었던 순간들일 것이다. 회사 일로 간 것이라서 관광지를 많
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그곳에서의 삶을 통해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깨닫는 시간이었다. 비록 지금은 다른 회사로
이직하게 되어 다시 가기 어려운 곳이 되었지만 해가 넘어간 지금도 그곳의 생활이 많이 생각난다.
첫 번째로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방법을 찾아가며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법을 알게 되었
다. 사실 번역기를 많이 사용했지만 의사 전달이 100% 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영어를 그렇게 잘 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나마 아는 영어 단어를 조합해서 이야기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지 언어를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제일 먼저 숫자를 외우기 시작했다
(품질 관리 업무여서 치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현지 단어를 하나씩 알아가게 되면서 완벽하게 의사소통
을 할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마지막 복귀하기 전에는 식당에서 음식 주문이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되었고 이렇게
의사소통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알아주었는지 현지 담당자분도 대화에 조금씩 한국말을 섞어 주기 시작했다
(그분은 8~9년간 근무했지만 한국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 번째로, 현지 사람들이 그들의 종교를 지켜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인도네시아는 모
든 종교를 인정하는 나라이긴 해도 대부분 종교가 이슬람이었다. 내가 있었던 중앙 자바섬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매일 기도하기 위해 근무 중에도 잠시 시간을 내고 장소를 마련한다(사업장이나 건물 내 기도하는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한다). 또, 만나는 사람들을 미소로 맞이하고 친절을 베풀며 어려움에 처해 도움을 요청하면 외
면하지 않고 도와준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왠지 나의 신앙생활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그들은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행하는 것이라고 해도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잠깐의 시간을 내는 것을 어려워하고 선을 행함
에 있어서 낯을 가리는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세 번째로, 교회를 잠시 벗어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공동체의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사역에서 벗어나 몸이 편
한 것도 있었지만 유튜브를 통해서만 예배에 참여하고 영적인 나눔 없이 주일 하루를 보내며 답답함과 허전함이
많았다. 물론 두 번 정도 한인 교회에 가기는 했지만 내가 있던 숙소에서 차로 3시간 가량 이동을 해야 해서 불편함
이 있었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예배하고 식사 교제를 하는 것도 좋은 시간이었지만 아무래도 있던 곳에 대한
그리움도 느꼈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 교회로 왔을 때 내가 예배드리는 이
공간,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
고 최선을 다해 교회 안에 맡겨진 일들을 감당하고 섬기기
로 다짐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삶을 이방인의 위치에서 바라보며 한
국이든 어디든 사람 사는 것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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